흐린 달빛에 문득 그려지는 그리운 얼굴을 보고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시간은 어김없이 지나 더위가 수그러 진다는 處暑를 맞았네요. 아침저녁으로 창가에 불어오는 싱그러운 바람은 가을이 어느새 우리곁에 가까이 와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이틀만 더 남극의 햇볕을 주시어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해달라던 릴케의 소망처럼 다시오지 않을 2009년의 여름은 마지막 남은 햇볕을 남겨 주고 떠나려 합니다. 길었던 여름의 끝자락에 서있는 오늘 그대는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가을이 오면 그대는 무엇을 하고 싶나요?
하루하루를 실속도 없이 바쁘게 지내온 나는 지난 여름 잊고 있었던 책읽기를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오늘 저녁 동네 책방에 들러 골라온 몇권의 에세이와 얼마전 친구가 선물해준 쥘리아 크리스테바가 쓴 <사랑의 역사>를 풀벌레 소리 들리는 나의 작은 서재 창가에 앉아 느릿느릿 읽을 생각입니다.
가을이 오면 여행을 떠나려 합니다. 그대와 떠나는 여행도 좋고 홀로 떠나는 여행도 좋습니다. 돌아올 시간이나 행선지를 정하지 않고 정처없이 떠나는 여행입니다. 작은 산사에서 우산도 없이 맞는 차가운 가을비... 차를 타고가다 어둠이 내려 찾아간 이름도 모르는 시골 선술집에서 마시는 소주 한잔...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철지난 바닷가에서 쓸쓸히 들려오는 갈매기 울음소리... 깊은 산속 호숫가 주위를 흩날리는 낙엽... 그대의 얼굴만큼이나 곱게 화장한 가을단풍... 2009년 가을이 오면 반갑게 안고싶은 것 들입니다.
가을이 오면 사랑을 하려 합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야 할 날이 절반도 되지않은 짧은 시간이 남은 까닭에 내 곁에 있는 모든 것들을 뜨겁게 사랑하고 싶습니다. 한적한 길가에 피는 들국화... 아무도 찾지않은 들판에 한가롭게 서있는 나무 한그루... 산동네 언덕에 있는 내 집 창가를 비추는 고운 달빛... 항상 나의 안녕을 빌어주는 아기같이 어린 그대...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사랑하고 싶은 것입니다.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 있는 오늘 나는 사랑하는 그대에게 가을편지를 씁니다. 안녕!
세월이 지나도 언제까지 철이들것 같지않은 사람이... 2009.8.23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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