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시오노 나나미가 쓴 <남자들에게>란 에세이를 읽고 나도 언젠가는 내가 평소에 여자들에게 바라는 것들을 <여자들에게>란 제목으로 글을 써 볼 생각을 했었다. 그렇지만 내가 만나는 여자들의 범위가 제한적이고 글을 직업으로 하는 전문작가가 아니니 글빨(?)도 많이 부족해서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남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점점 잃어 멀지않은 날에 중성화된 느낌으로 살 지 모른다는 불안함이 엄습해 오는 요즘 아직도 이성에 대한 관심이 그나마 남아 잇을때 내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여성상이란 어떤걸까란 생각을 정리해 보는 것이 훗날 돌이켜보면 재미있는 기록일 것 같다. 얼마전에 만났던 여성에게서 받은 느낌이 독특하고 강렬해서 내가 소망하는 타입의 여성에 대해 간단히 적어 볼까 한다.
1.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 -스타일(style)이란 옷차림만을 말하는건 아니다.
돈이 많아 명품을 치장해도 걸치고 있는 사람이 교양이 없는 행동을 하거나
품위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여성으로서 매력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싸구려 옷을 입어도 지적이고 교양미가 넘치는 여성에게 더 눈길이 간다.
한 눈에 보기에도 멋을 부린 사람이 있고 드러나지 않게 멋을 부린 사람이 있는데
후자의 경우는 주의깊게 보면 남들과 비슷하게 하는 것을 싫어하는 타입이다.
내면의 아름다움이 있어야 겉으로 들어나는 아름다움이 있다.
중년에 이르면 스타일에 관한한 여자들이 남자들에 비해
훨씬 불리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남자들의 경우 희끗희끗한 흰머리나 얼굴에 깊게 파이는 주름조차
때로는 세월의 훈장처럼 느껴져 흔히 말하는 중후함으로 보일 수 있는데
여자들의 경우는 흰머리나 주름살로는 여성미와 연관시켜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다.
진한 화장으로 늘어나는 주름이나 기미등을 커버해 줄 수 있지만
자칫 천박한 아름다움으로 연결되기 쉽고 화장으로 자기의 개성을
나타내기엔 생각보다 쉽지않다.
화장을 한 여자들의 얼굴은 마치 분장을 한 京劇배우들의 얼굴처럼
얼핏보면 특징이 없어 보이기도 하다.
내가 만난 여인은 가벼운 볼 터치와 색깔 옅은 립스틱을 하고 나왔다.
마흔을 넘긴 나이에 찢어진 청바지에 자켓을 입어 언발란스 한 듯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멋을 부렸다.
연분홍색 체크무늬 핸드백과 역시 연한 핑크색 자켓이 자연스런 조화를 보인다.
어떤 여류작가는 목덜미에서 남성미를 느낀다고 하던데
여성의 아름다움이야 말로 목덜미에서 나오는게 아닌가?
목덜미는 뒤에서 보이는 뒷목을 말함이다.
남자들에겐 볼 수 없는 실머리숱은 마치 솜사탕을 만들때 흩어져 나오는 솜털처럼
보일듯 말듯 하늘하늘한 느낌으로 남성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하기도 한다.
정성스레 머리를 묶어 지켜올린 목덜미에서 보이는 가는 목선은
남자의 눈길을 끄는 여자들만의 전유물이다.
멋을 부리길 포기한 여자는 매력이 없다.
게을러서 멋부리길 일찌감치 포기한 나도 여자들에게 매력없어 보일까
외출을 할때 가끔씩은 옷차림에 신경을 쓸때가 있는데 여자들은
할머니가 되어도 자기만의 멋을 부리면 좋겠다.
2.남을 배려하는 여유
-학벌은 높으나 교양이 없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식당에서도 골프장에서도 나이가 어리든 많든
여자를 보면 반말로 대하는 것이 예사다.
스미마셍이나 익스큐즈 미 같은 적당한 말이 없어서인지 누구에게나
"언니야"나 "이모야"로 부른다.
어린 남자에게는 "삼촌아"라고 부르는 여자도 봤다.
이런 경우는 남자들이 훨씬 심한데 우리동네 식당주인 아저씨는
나보다 별로 나이가 많이 보이지 않는데 나를보면 항상 반말투로 대한다.
"어 혼자왔어..?"끝을 흐리는 경우다.
매일 손님들과 반말로 주고 받으니 누구에게나 반말하는게 친근감의 표시라고
착각하는 지는 모르겠다.
그런 사람은 같이 반말로 대해줘야 하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꼬박 존대를 하자니
은근히 약이 올라 음식이 맛있어도 잘 가지않게 된다.
나이 어린 종업원에게 꼬박 존대하는 중년의 여인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늙은 알 파치노와 애인앞에서도 기꺼이 탱고를 쳐주는 가브리엘 앤워같은 여인은
<여인의 향기>는 물론 인간의 향기가 난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아는 여자는 아름답다.
인격적으로 사람을 대하면 자신도 인격적으로 존중받는다.
3.나이를 잊은 자신감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나이에 민감한 국민이 있을까?
세계어디를 가도 우리처럼 나이에 신경쓰는 사람들 못봤다.
우리는 스물 다섯살만 넘으면 나이보다 늙어 보이는것을 두려워한다.
누가 나이를 물어보면 내가 가늠하는 나이보다 대여섯살 어리게 불러줘야
하는 게 한국인의 보편적인 예의가 됐다.
스물에는 스물에 맞는 즐길 것이 있고 마흔에는 마흔에 맞는 인생의 기쁨이 있다.
예전엔 평범하게 보이던 여자의 얼굴도 젊은 여자는 다 예뻐보이는 걸 보면
나도 늙었단걸 느낀다.
조금 더 나이를 먹으면 거리에 보이는 아기들이 다 예뻐보인다고 하던데
손주 볼 나이가 되면 나도 그럴까?
늘 늙은이 타령을 하는 나는 나이를 잊은듯 자신있고 당당해 보이는 여자가 좋다.
나이를 잊고 산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나이가 들어도 자신감을 잃지않는
여자는 아름답다.
20-30대들이 흔히 보이는 얄팍하고 약간은 야비하기까지 한
속마음을 중년이 되면 감출 수 있어야 한다.
탱탱한 갈색의 고무공 같은 비키니 차림의 젊은 여인보다
단정한 정장을 입은 기품있는 중년부인이 때로는 더 섹시해 보이기도 하다.
4.자연미인이 좋다.
-얼굴에 자꾸 칼을 대거나 뭘 주입하면 나중에 얼굴이 문들어져 보이는데
두렵지도 않을까?
생선회도 자연산이 귀하고 맛이 있듯이 성형은 규격화된 제품을
찍어낸 듯 개성이 없다.
얼핏보면 예쁘게 보일지 몰라도 자세히 보면 인공적인 냄새가 난다.
얼굴에 손을 안된 여자는 늙어도 곱게 늙는다.
때로는 굵은 뿔테안경의 여자도 자기만의 개성이 있어 예쁘다.
하긴 여자가 맘에 들면 사마귀나 점 조차도 한없이 예쁘지만
마음에서 멀어지면 이런 것들이 모두 꼴보기 싫어지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높은 코,섹시하게 보이려고 만든 두툼한 입술
(내 눈에 오히려 둔하고 무식해 보이기까지 하다),가늘게 깎은 턱...
같은 공장에서 찍어낸 제품처럼 구별이 되질 않는다.
비싼 돈들여 성형을 하는 여자들의 심리는 더 예쁘게 보이려는 것이다.
그런데 김태희를 백명의 남자중 백명이 모두 좋아하는 것이 아닌것처럼
여자를 보는 눈이 모두 다르기에 자기만의 개성을 살리는 것이 더 유리하다.
울퉁불퉁 근육질의 남성을 모든 여자들이 좋아하지 않는 것처럼
글래머의 여성을 모든 남자들이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만의 개성을 들어내 자신감있게 사는 여자가 아름답다.
여자가 맘에 들면 납작한 가슴,작은 키,불테안경,쌍꺼풀없는
밍밍한 눈매조차 매력으로 보인다.
내가 만난 그 여인은 교양있고, 자신만의 매력이 무엇인지 잘 알아 자신감 넘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여서 모처럼 여인의 향기를 느끼게 해주었다.
여성들이여,남들과 구별되는 나의 개성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p.s-일요일 밤에 쓰는 <주말통신>은 보통 한 시간 정도 걸려 완성하는데 이번주에 쓴 <여인의 향기>는 하루종일 매달려 쓰고도 횡설수설 무슨 말을 하는지 나도 잘 이해가 안가는 글이 됐네요. 역시 이런 글을 쓰기엔 모든게 한참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세월이 흘러 인생의 깊이를 느낄 나이가 되면 주위 눈치보지 않고 19禁도 다뤄 제대로 신경써서 쓰고 싶은 주제입니다.10년후쯤에 후편을 쓸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됐습니다. 행복하고 건강한 여름 보내시길 바랍니다.
휴가철이니 <주말통신>을 생략할까 몇번 망설이다가 나중에 누가봐도 공감할 만한 글을 다시 올릴 것을 스스로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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