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통신

[스크랩] 옛사랑(주말통신)

토미할아버지 2011. 6. 20. 19:40

아침부터 한밤중인 지금까지 비가 내립니다.

 

산책을 못해 우울하게 웅크리고 있는 강아지처럼 하루종일 집에서 무기력하게

 

빈둥거리며,낮잠을 자다깨다하며,내가 응원하는 자이언츠가 4연승을 거두는 야구를

 

보며,장마가 끝나면 여름내내 요긴하게 쓸 선풍기를 꺼내 닦으며, 주말을 보냈습니다.

 

주말이면 집뒷산을 오르고 가까운 식당가에 가서 삼겹살을 사먹는 호사를 누리기도 하고

 

나름대로 문화생활을 해보려고 가끔은 심야영화를 보기도 하는데 비가 오시니 몸을

 

움직이기 싫어하는 나는 집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비가 내리는 날은 집에서 칼국수를 끓여 먹거나 김치전을 부쳐 먹으면 제격인데 생일날

 

먹다 남은 미역국을 다 소진하는 일로 아내의 수고를 덜어줬습니다.

 

내일은 아내에게 내가 좋아하는 수제비를 끓여달라고 할 생각입니다.

 

감자와 호박을 넣고 담백하게 끓인 수제비를 김치와 함께 먹는 맛은 그 어떤 특급호텔

 

레스토랑의 스테이크보다 훌륭합니다.

 

입맛이 촌스럽고 음식문화에 관해서 문외한이라 그런지 모르지만 요즘에 자주 접하는

 

음식들은 값만 비싸고 입에 안맞는 것들이 많습니다.

 

얼마전 친구들과 같이 간 강남의 한 식당은 한정식인지 양식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식을 일인분에 무려 8만원이나 해서 나를 경악하게 했습니다.

 

그 날 나온 메뉴를 보면 '오늘의 스프&샐러드"라고 양송이 스프와 양파,단호박,야채를

 

이름모를 소스와 함께 버무린 샐러드가 나왔고 너비아니 구이,조갯살조림,메로찜,된장찌

 

개와 밥 그리고 후식이 나왔는데 안타깝게도 무슨 퓨전음식인지 생소한 이름의 요리는

 

기름 자르르 흐르는 자반 고등어 한토막과 함께 먹는 한그릇의 소박한 밥상이 차라리

 

그리운 시간이었습니다.

 

시정잡배의 싸구려 입맛이 하는 푸념이니 요즘 각광받는 직업인 푸드 아티스트들은

 

괘념치 마시길 바랍니다.

 

중학교때 국어교과서에서 읽은 <왕후의 밥,걸인의 찬>이란 수필처럼 값비싼

 

음식보다 입에 맞는 반찬 하나만 있으면 좋을 나의 입은 보신탕을 제외하곤

 

모두 만족하긴 합니다만...

 

어릴적 엄마가 해주던 돼지고기와 잡채 그리고 김치를 넣은 손만두,메밀묵에다 돼지비

 

계.김,신김치,그리고 각종 야채를 썰어넣은 고향음식 태평추 같은 음식은 옛사랑의

 

그림자와 같이 그리움으로 남아서 수줍던 어린시절 그대 모습처럼 영원속에 있습니다.

 

낮잠을 자서 잠이 오지않은 이 시간 출출해진 나는 낮에 먹다 남겨놓은 찐감자를 먹을지

 

망설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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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남도여행때 찾아갔던 전남 강진의 한정식당 밥상)

 

 

 

 
출처 : 큰바위 사랑 - 임태희 팬카페
글쓴이 : 담이아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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