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통신

[스크랩] 박하사탕(주말통신)

토미할아버지 2011. 6. 20. 19:39

게으른 내가 하는 집안일 도우기는 다 쓴 전구나 배터리를 갈아 끼우는 것과

 

한달에 두서너번 휴일에 아내와 같이 시장을 보러 가는 일입니다.

 

동네에서 가까운 농협마트에 차를 타고가서 마치 선생님뒤를 따라

 

소풍을 가는 유치원생처럼 아내가 골라주는 생필품을 담아 카트를 끌고

 

얌전하게 아내뒤를 따라 다닙니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한동안 마트에 가면 物慾이 발동해서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잔뜩 사기도 하고 덤으로 주는

 

소위 원플러스원 상품이 있으면 살까말까 망설이기도 합니다.

 

시식코너 앞에서는 먹고 싶은게 있어도 눈치를 보느라 머뭇거리기만

 

하고 돌아설때가 많지요.

 

라면값이 오른다는 뉴스가 있으면 라면을 한박스 사놓을까 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무파마>한봉지를 카트에 담고

 

나는 몇천원 아끼려고 사재기 하는 양식없는 놈은 아니지하며

 

유혹을 물리친 나를 스스로 대견해 하곤 합니다.

 

오늘은 시장볼때 늘 사는 계란,두부,감자,콩나물,우유같은 물품을 담고

 

식품매장을 나오다가 김치를 파는 매장에서 부추김치를 보고

 

그동안 잊고 있었던 나 어릴적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해가 길어지는 초여름 냇가에서 피라미를 쫒아다니다 새까맣게 탄 얼굴로

 

집에 돌아오면 어머니는 정구지짠지와 오이냉채를 차려 주셨지요.

 

가끔은 식은 밥을 찬물에 말아 풋고추를 찍어 먹었던 기억도 납니다.

 

가지조림,고추조림,오이소박이,도라지무침,깻잎,찐호박잎,마늘장아찌같은 음식은

 

옛날엔 자주 먹었지만 요즘엔 거의 안먹고 지내는것 같습니다.

 

아내의 요리솜씨가 영 잼뱅은 아니지만 이런 토속적인 음식은

 

자주 만들지 않습니다.

 

어쩌다 한정식당에서 먹는 이런 음식들도 옛날 맛이 나질 않습니다.

 

깻잎을 먹어봐도 혀끝에 도는 향이 전혀 예전과 같질 않고

 

도라지나 고추같은 반찬도 내 혀가 오랜 흡연탓에 둔감해진건지

 

이것저것 새로운 음식에 입맛이 달라진건지

 

옛날에 먹던 그 음식이 아닌 듯 느껴집니다.

 

모처럼 떠오른 어릴적 기억에 작은 봉지에 담긴 부추김치

 

2,500원어치를 사와서 저녁에 먹어 보았습니다.

 

나의 예상대로 어릴적 먹던 감칠맛나고 은은한 젓갈맛이 담긴

 

정구지짠지와는 다른 담백하고 풋풋한 느낌의 맛이 나는

 

그저 평범한 부추김치 였습니다.

 

그래도 부추김치 특유의 텁텁한 맛은 커피를 연거푸 마셔도

 

사라지지 않고 나의 입안에 남아있습니다.

 

나는 오늘밤 평소보다 오래 양치를 해야 합니다.

 

풍요롭진 않았지만 나 어릴적 소박하고 순수했던 먹거리가 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출처 : 큰바위 사랑 - 임태희 팬카페
글쓴이 : 담이아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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