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기 소식

[스크랩] 잊지못할 동기

토미할아버지 2011. 6. 20. 15:38

얼마전 포항에서 강성준 동기를 오랫만에 만났습니다.

 

77기중 스무명 남짓 정보특기를 받았는데 김윤배(청주대총장),이광원(LG전자 상무)

 

이재훈(MBC정치부장)박기혁(얼마전 stive란 닉네임으로 인사를 올렸던데 IT관련업체에

 

근무하는걸로 압니다)

 

그리고 77기 4대구라 두 사람 김경선(前순창부군수)과 서상운(IBK증권전무)이 있습니다.

 

임관후 대전 교육사에서 4주간의 특기교육을 마치고 당시 오류동에 있던 정보부대에

 

나와 강성준 그리고 이용성이 같이 배속되었습니다.

 

당시 소위 유력(인사)자제들만 배치받는다는 수도권에 무력자제였던 내가 낄 수 있었던

 

것은 운좋게 영어시험 성적이 좋아서 전역을 앞둔 74기가 맡던 미공군 정부부대와의

 

연락장교 자리 후임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이용성동기는 오류동에 와서 곧바로 교육특기로 전환해서 공사불어교관으로 갔고

 

나는 정보과에서 첩보수집장교로 강중위는 작전과에서 부대내 보안업무를 맡아 3년간

 

한부대에서만 같이 복무했습니다.

 

국방부장관 명의로 된 공무수행자에 대한 최대한의 편의와 협조를 바란다는 마패같은

 

붉은 정보원증을 소지하고 다녔지만 착한 강중위와 소심한 나는 남들처럼 룸싸롱가서 

 

술 공짜로 마시고 운동장이나 극장에 공짜로 들어가는 등 소위

 

공팔이(?)치는 일 단 한번도 없이 성실하게 군복무를 마쳤습니다.

 

공팔이 치고 다니진 않았지만 철모르던 청년장교 시절이라 같이 어울려

 

칠랄레팔랄레 돌아 다니는 일은 많았지요.어떤 넘들은 20만원 남짓한 월급을

 

3년간 모아 몇백만원을 목돈으로 만들어 제대하기도 하던데 강중위와 나는 아마도

 

남들 저축한 만큼의 술값빚을 지고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실미도사건을 기획하고 실행한 부대로 유명한 2325부대 핵심부서의 장교로 사복을

 

입고(단기장교에게도 안기부에서 1년에 두차례씩 양복을 맞춰 제공해 주었습니다)

 

 머리를 기르고 다니던 시절이었는데 연락장교로 근무하면서 나는 공군에서

 

내 인생에서 필요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세칭 KS마크인 경기고와 서울대를 나온 강중위는 제대후 IBM에 입사해 잠시 근무하다가

 

미국유학을 다녀와 지금은 포항 한동대에서 경제학 교수로 있습니다.

 

역시 명문家(부친이 맹호부대장과 주공사장을 역임하신 강신탁장군)의 장손답게

 

훌륭한 사회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수년전 동기모임에 잠시 얼굴을 봤지만 25년도 더 지난 시간이 흘러 오랫만에

 

둘 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나보다 두 살이나 많은 강중위를 과거처럼 성준아라고 부르지 않고 성준이형이라

 

불렀지만 아무 생각없고 흉허물없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강중위 아니 강교수는 철없이 같이 놀던 오류동 시절의 자태는 전혀 찾아 볼 수 없고

 

이제 기독교에 심취해서 나같은 雜놈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마치 모든 것을 해탈한

 

道人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좋아하던 술과 담배는 다 끊은지 오래 되었고 아무 욕심없는 아기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부산 출장 길에 잠깐 점심을 같이 했는데 헤어지고 나서 운전을 하고 내려가면서

 

아직도 세상의 모든 탐욕과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雜놈의 생을 살아가는 나는

 

깊이 반성했습니다.

 

하지만 그 반성은 오래가지 않고 그날밤 또 광란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성준형!!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시길 바랄게요.

출처 : 큰바위 사랑 - 임태희 팬카페
글쓴이 : 담이아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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