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통신

[스크랩] 거리에서(주말통신)

토미할아버지 2011. 6. 22. 14:19

 제대후에 면허를 따서 차를 몰고 다닌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군대에 있을때 운전병들이 태워주던 록스타란 jeep형 차를 타다가 

취직을 하고나서 명일동에 있던 운전학원에서 열흘정도 교습을 받고 단번에 필기,코스,주행시험에 합격해서 운전면허증을 손에 쥐었다.

처음에 회사에서 준 프레스토를 타다가 86년에 빨간색 프라이드를 사서 드디어 소위 말하는 마이카족이 되었다.

추운 겨울이나 장마비가 내릴때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내 차가 생기니 이 보다 더 편할 수 없었다.

주말에 에버랜드 같은 가까운 유원지에 놀러가거나,해돋이를 보려고 한밤중에

영동고속도로를 달리거나,갑자기 호도과자가 먹고싶어 천안을 가거나 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올림픽도로는 밤 9시만 지나면 영동대교와 동작대교 구간 외곽은 차가 별로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한가했다.

자가용을 가진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아서 아파트주차장에 차를 세우기도 편했다.

운전을 직접하니 편리한 점도 많지만 점점 불편하고 짜증나는 일이 많이 생겼다.

차를 몰고 집을 나오는 순간부터 신호없는 교차로에서 쏜살같이 달리는

차를 볼때나 어쩌다 차선변경이라도 할라치면 전혀 위험한 상황이 아닌데도

100여미터쯤 뒤에서 오던 차가 양보라는 단어는 내 사전엔 없다는 듯 상향라이크를 마구 켜대며 위협을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하기도 한다.

차가 점점 늘어날수록 운전자들의 성격은 점점 급해지는 것 같다.

며칠전에도 차선변경을 하는데 멀찌감치 뒤에서 오던 차가 클락숀을 심하게

울리며 라이트를 껐다켰다 하더니 맹렬하게 달려와서

마치 유관순누나를 잡는 일본순사처럼 독사눈을 하고 아래위로 쳐다보고 간다.

남자인 나에게 그 정도였으니 여자들에겐 아마도 창문을 내리고

욕설이라도 하고 갔을 것이다.

내가 가는 길을 왜 침범하는냐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급히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되는 거리를 확보하고도 감히(?) 내 앞을 가로 질러

가는 것이 너무 불쾌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추억이 반가운 거리에서 날 부르는 소리에 돌아보면 그리운 얼굴이 가득해야 할텐데

날 째려보는 반갑지 않은 얼굴이 가득하다.

언젠가 안과에 간 아내를 태우러 가서 잠시 도로에 주차를 하고 있었는데

어떤 아줌마가 지나가기 불편한데 차를 세우고 있다고 나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인상을 잔뜩 쓰고 쳐다보는데 입모양을 보니 현장검증을 받는 연쇄살인범에게나

계돈 떼먹고 달아난 친구를 만난듯 온갖 욕설을 하는 것 같았다.

왜 내 길을 막고 서있어서 핸들을 꺾는 불편함을 주느냐란 불만인 것이다.

지상에서 동원 가능한 모든 저주를 퍼붓고 나서 유유히 도로 옆 교회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그 아줌마가 잠시후에 "일주일간 지은 죄를 사하여 주옵소서"라고 기도할 거라 생각하니 쓴 웃음이 절로났다.

거리에서 가끔씩 보이는 "아기가 타고 있어요"는 천천히 가도 이해하란 뜻인지 해석하겠는데"외국인 관광객 탑승"을 붙이고 다니는 차는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외국인들이 타고 있으니 양보하란 뜻일까?

외국관광객들에겐 거리에서 양보를 해야하나?

 

 

평소에 온순한데 운전대만 잡으면 인크레드블 헐크로 변하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거리에 나서면 전투모드로 돌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나친 피해의식이 작용하는 것일까?

운전을 하면서 가끔 욕먹는 나는 스스로에게 관대하면서 남들에겐 지나치게

까칠하게 대하는 것은 아닐까?

 

 

 

 

 

85년에 100만대가 조금 넘던 자동차가 요즘은 1,800만대가 넘는다고 합니다.

추석때 전국의 도로가 몸살을 앓을것 같은 생각을 하니 엄청나게 늘어난

자동차에 비해 하나도 바뀌지 않고 점점 살벌해지는 자동차 문화가 아쉬워집니다.

안전운전으로 즐거운 귀향길,귀성길이 되시길 바랍니다.

 헐크를 보기힘든 독일의 거리

 

 

 

출처 : 큰바위 사랑 - 임태희 팬카페
글쓴이 : 담이아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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