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기 소식

[스크랩] 추억속의 재회(신년회를 다녀와서)

토미할아버지 2011. 6. 20. 19:18

 77기 신년회를 다녀왔다. 

공군회관!

일년에 한번정도 행사나 모임이 있어서 찾아가는 공군회관은 나에게 특별한 곳이다.

27년전 어느 봄날  오후 데이트를 하러 부대가 있던 오류동을 찾아온 나의 여자 친구

박은옥과 전철을 타고 가던 나는 문득 6년이란 긴 연애시간이 지겨워졌다.

"우리 결혼이나 할까?"나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오늘날로 말하면 프로포즈였다.

마침 대방동 근처를 지나던 전철을 내려 특별한 이벤트나 궁합이나 길일을 점치는 택일도 보지않고 한달쯤 후에 빈 시간을 택해서 예식날짜를 잡았다.

결혼식이 거의없는 월요일 그것도 저녁 여섯시에 스물 여섯 어린나이에 결혼을 하였던

장소가 바로 대방동 공군회관이다.

갑자기 먼저 세상을 떠난 박경홍동기의 뒤를 이어  13년이란 긴 세월을 본의아니게

동기회장을 맡았던 나는 77동기회에 대한 애착은 각별하다.

어느 해엔가는 송년모임에 단 네명만이 나와서 가슴 아팠던 적도 있었지만

해가 갈수록 모임에 나오는 동기들이 하나 둘 늘어가는것을 보고  그나마 동기회의

명맥을 이어나갔던게 오늘날 전체동기의 절반 가까이 참석하는 밑거름이 된 것

같아서 한결 흐뭇한 기분이 든다.

특히 이번 신년회는 소위로 임관후 28년만에  처음으로 모임에 나온 박동진,유창훈같은

동기들이나 당시 훈육관이던 분들을 초대해서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훈련받을때 당했던 심한 구타나 비인간적인 훈육은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며

옛 추억으로 묻힌다."말죽거리 잔혹사"나 "친구"에서 보는 비이성적인 선생님들의

체벌과도 같은 군사정부 시절에만 존재하던 훈육방법은 군인정신이 투철했던 젊은 청년장교의 혈기였다고 이해하고 싶다.

이번에 나오시지 못한 황규석 중대장님과 이준 구대장님도 내후년에 있을 임관30주년

기념식에는 꼭 참석하길 기대해본다.

 

       (사진왼쪽부터 임관후에 처음 보는 얼굴인 이정일,오병주,젠틀맨 이성권,

       어리버리했던 최치훈,똘똘한 변우남,그리고 77골프총무 장기호) 

 

←(28년전 순수한 청년장교의 혈기로

몇몇 동기들을 조금 과하게 다뤘던 백승욱중위.

동안이던 그가 선글라스를 낀 모습은 만화영화에

나온 아톰처럼 무척 귀여웠다.) 

 

 

 

←(나보다 세살이상 많은 동기들은 이젠 편하게 대하기가 불편하다.

55년생이전의 동기들은 나는 옹이라 부른다.

엄달호옹,김경식옹.ㅎㅎ

역시 임관후 처음 본 김경식옹...

세살이나 어린 나보다 동안이다. 아스마s보다는 훨씬 젊어보인다)

 

 13년동안 회장을 하였으니 후임인 최병원동기가 7년정도는 회장노릇을 해주길

바랐지만 금년부터 3년동안 김윤배동기가 새로운 회장이 되었다.

회장이나 총무는 상하관계가 아니라 봉사하는 자리라서 최장기 회장을 했던 나는 많은 동기들의 당부를 받아들여 모양새가 좀 이상하지만 총무를 맡기로  했다.

지난 3년동안 동기회를 이끌어 온 최병원동기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또한 만년총무 역할을 한 서상운동기에게도 깊은 감사를 전한다.

20대 청년시절에 벌거숭이처럼 같이 울고 웃던 젊은이들이 초로의 아저씨들이

되어 한자리에 모였다.

누군가의 말처럼 이제 겨우 전반기를 끝냈으니 남은 50년을

반가운 얼굴 자주 보며 지내자고 하던데 후반전의 휘슬이 울린지는 제법 긴 시간이

지나서 이리저리 볼 돌리며 보낼 시간이 없다.

남은 시간 적절히 게임을 즐기자.

꽁치가 우리에게 너무나 사랑스런 애칭이지만 본인은 극구 싫어하니 한번만 쓴다.

모임을 마무리하며 꽁치가 하던 말이 생각난다.

산길은 가지 않으면  없어진단다.

나는 이 산길을 기쁜마음으로 걸어왔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여러 동기들과 같이 걸어 갈 것이다.

 

28년이란 긴 세월이 지났다.

이랬던 얼굴이

 이런 중년의 아저씨가 됐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나는 여전히 청년시절 풋풋한 느낌을 안고 살아가고 싶다.

 

자주 보고싶다,내 젊은 시절 한 페이지를 같이 한 친구들...

 

 

 

 

 

출처 : 큰바위 사랑 - 임태희 팬카페
글쓴이 : 담이아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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